월드 직전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던 'Just a girl'이 Dream On Ice 무대에서 공개된 이후로, 하루에도 몇 번씩 돌려보고 있습니다. 보면 볼 수록 감칠맛이 나고 프로그램에 빨려들어가는 것이, 역시 김연아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Just a girl'은 김연아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흡입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Just a girl'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갈라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쉴 틈 없이 꽉차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살인적인 안무
16세 소녀다운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
김연아의 프로그램답게 높은 테크닉
모두다 'Just a girl'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제가 보기엔 김연아 선수가 드디어 진짜 즐기면서 타고 있다는 것이에요
김연아 선수가 처음에 주니어 무대에서 각광받았을 때만 해도, 기술은 깨끗하지만 표정연기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그 후 마지막 주니어 시즌에서는 예술성을 한껏 뽐냈을 뿐만 아니라 발전된 표정연기까지 보여주었지요.
첫 시니어 시즌이요?
말도 마세요
이제 김연아는 가장 훌륭한 표정연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피겨 선수들이 대충 때우는 웃음같은 표정이나 주체할 수 없이 오버되어 있는 과잉 감정을 표출하는 반면, 김연아는 그야말로 프로그램에 녹아드는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특히, 많은 선수들이 동일한 프로그램을 연기한 각기 다른 대회에서 제 멋대로의 표정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김연아 선수는 표정연기마저도 마치 기술 프로토콜처럼 일정한 프로토콜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김연아만이 진정한 의미의 연기를 했던 거에요.
하지만, 이번 갈라는 뭐랄까... 이미 가장 훌륭한 연기자였던 김연아 자신을 한꺼풀 벗어 버린 느낌입니다.
예술, 특히 공연 예술의 가장 큰 위력은 무엇일까요? 예술이 무엇이기에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며 문화산업이 활기를 띄는 것일까요? 이것 하나로 그 위력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전염력'을 들고 싶습니다. 예술이 가지는 매력, 즐거움, 감동, 슬픔 등등을 우리에게 전염시킴으로써 예술은 그 위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지요.
스포츠이지만, 공연예술의 성격이 강한 피겨스케이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연기자가 가진 느낌을 우리에게 전염시킬 수 있느냐는 그들에게 던져진 화두입니다.
주니어 시절에도 김연아 선수는 분명히 잠재된 예술성이 꿈틀거리던 선수였습니다만, 아직은 전염력이 부족했던 겁니다. 그래서 저처럼 연아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상실해버렸던 인간은 보자마자 그냥 미쳐버렸지만, 대다수의 팬들까지 확 휘어잡지는 못했던 것이지요. 2006 주니어 시절 드디어 강한 전염력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김연아 선수의 연기가 보여준 전염력은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습니다. 타고난 예술성이 던져주는 감동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무한하게 변이하여 보고 또 봐도 또다시 전염시키고야 마는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번 'Just a girl'은 전염력이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그 동안은 김연아의 연기를 보고 나서 느끼게 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 연기는 그대로 동화되어 버리게 만듭니다. 전 김연아 선수 스스로가 아주 아주 아주 즐겁게 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해요.
김연아의 감정이 순수하고 여과없이 표출되고 그래서 감정의 전염이 아주 아주 빠르죠.
이건 김연아 선수의 레벨이 되어야 의미가 있는 또 하나의 각성입니다. 온 관중들을 자신의 감정, 혹은 자신의 생각과 해석 그대로 사로잡아버리고야 마는 무시무시한 전염력! 이제 김연아가 그 단계에 첫 발을 내딛은 거에요
이번 비시즌 동안 김연아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 중에 우리를 설레이게 했던 거라면 역시나 화보 촬영과 스폰서 계약을 들 수 있겠네요.
우선 스폰서 계약은 말할 필요도 없이 김연아에게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맘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거지요.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던' 것만 같이 느껴지기도 했던 김연아의 연기 속에 필히 내재될 수 밖에 없었던 어두운 면이 드디어 걷어진 겁니다. 김연아 마음의, 김연아 연기의 족쇄가 풀린 거에요.
그리고 화보 촬영!!!!
제가 느낀 것은 이쁘다 귀엽다 뭐 이런 것보다도, 김연아 선수가 자기 과시욕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 이런 마인드가 김연아 선수에게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가지고 있던 여과기가 사라진 거에요.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관중들에게 표출하기 시작한 겁니다.
전 여기에 관중들의 뜨거운 반응이 엄청나게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김연아 선수는 무심한 듯이 관중이 많이 와서 좋다, 고맙다고 한 마디 하지만, 김연아 선수 성격에 그 대충 하는 말이 진심인 거에요. 수퍼매치와 시니어 무대를 겪으면서 수많은 대중 앞에서 자신의 연기를 펼쳐 보이고 관중들과 교감하는 맛을 알게 된 겁니다. 자신이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그 뒤에 이어지는 뜨거운 박수만큼 김연아 선수에게 힘이 된 것이 또 있을까요? 우리는, 관중들은 그저 그녀의 오오라에 감동받은 것을 고작 박수로 되돌려 준 것 밖에는 없는데, 김연아 선수 스스로가 이런 반응을 이끌어 낸 것에 다름아닌데.... 스스로가 그것을 보답으로 생각해 주고 즐거워 해주고, 다시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로 발전시켜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런 오프 시즌 동안의 변화는 김연아가 본격적으로 피겨스케이팅을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너무 힘들다, 피겨를 때려치우고 싶었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과거에서, 힘들어 하면서도 스케이트의 끈을 다시 조여메었던 운명의 굴레에서 비로소 벗어난 것으로 보여요. 'Just a girl'을 보면 그게 보이고 느껴져서 정말 기쁩니다. 연아가 하고 싶어서, 하고 싶은 그대로 음악에 몸을 태워 자신을 마구마구 드러내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빠르게 나에게 전염되어 '김연아의 표현력이 이미 이런 경지에 이르렀구나'하고 또 한 번 놀라게 만듭니다.
사실 'Just a girl'을 계속 본 후 포만감보다는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I'm still hungry~~~~~~~~~~~~~~~~~~~~~~~~~~~~
제가 아이스쇼 하나 보고 괜한 설레발 떠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저 김연아 선수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또 전염시켜줄지 기대 또 기대할 뿐입니다.
한줄요약 : '니 마음대로 하세요'


덧글
향이 2007/07/23 11:39 # 답글
아씁... 이 글을 읽으니 또 살짝 눈물이... (오버한다 생각되시겠지만 ㅠㅠ)just a girl은 정말로 보고 어께춤(;;;)이 덩실할 정도였어요.
이런게 전염인거죠? :)
에이미 2007/07/23 23:12 # 답글
공감에서 보고왔어요~ 제 버전의 한줄요약은 '나 좀 어떻게 해줘요~'입니다^^; 이 표현은 어느 분의 홈피에서 본 것인데, 갈라를 보고나니 딱 이런 기분이 되더라구요. 다음 시즌이 너무 멀게 느껴져요. ^^;
beatlain 2007/07/24 13:32 # 답글
향이님// 네~ 그런게 전염인거죠 ^^에이미님// 하하하... 그것도 딱 제 심정이로군요!
Lupin 2007/07/24 17:14 # 답글
이번 갈라 영상을 보면서...야!!! 대단하다!!! 라고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정말 쉴틈없는 안무와 크고 시원한 동작, 그리고 김연아만이 할 수 있는 어려운 테크닉까지...
저 경지까지 오는데...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렸을까...
너무나 박수를 보내고 싶어서 혼자 모니터 보면서 박수쳤습니다^^
beatlain 2007/07/24 22:11 # 답글
뤼팽님// 갈라가 이 지경인데, 쇼트랑 롱은 어떨지 상상이 안 됩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
로미 2007/07/25 16:30 # 답글
저도 김연아서수의 표정에 감동 먹었습니다~
아스트랄Q 2007/07/25 18:16 # 삭제 답글
(로그인을 못해서 죄송합니다)저 연아빠 되버릴듯,,
beatlain 2007/07/26 21:24 # 답글
로미님// 캐감동!!아스트랄Q님// 안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되버릴듯이라뇻!! 반드시 되셔야 합니다 캬캬 -_-;
AvisRara 2007/07/28 13:37 # 답글
저도 피겨 스케이팅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 나이가 들었는지 이런 공연들-오페라, 연극 등-의 매력이 느껴지기 시작하기는 합니다만^^) 이 Just a girl 공연(이라고 쓰면 실례가 될까요?^^;)은 정말 빠져들게 만듭니다.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는 '잘하네' 이상의 느낌이 없지만 보고만 있어도 '스케이팅 이렇게 즐거워요'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은 훌륭한 '선수'이상의 매력입니다.
가슴시린 2007/07/29 07:41 # 답글
그냥 기사로만 읽었는데, 설명을 한참 읽고 나서는 꼭 봐야겠다 싶어서 유튜브에서 찾아봤습니다. 감동입니다. ㅠㅠ
로페 2007/07/29 14:10 # 답글
안녕하세요;ㅁ; 밸리타고 왔습니다.저터걸에서 연아양이 보여준 미소들을 보면 제가 절로 웃게됩니다. 아직 제눈에는 아직도 연아양이 조금 수줍어 하는것 같았습니다만 확실히 즐겁게 타고 있다는것이 느껴져서 보는 내내 행복했어요.. 아아아ㅠㅠ 시즌 시작하기만을 기다려야하는군요 크허허ㅠㅠ
2007/07/29 16:46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beatlain 2007/07/30 01:40 # 답글
AvisRara님// 공연이 실례가 아니죠 ^^ 김연아는 훌륭한 선수 이상이랍니다 ㅠ.ㅠ가슴시린님// 감동입죠 쥬륵 ㅠ.ㅠ
로페님// 수줍어 하는 그런 느낌은 있어요^^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고 해야할까!!
jadu13 2007/07/30 05:24 # 답글
김연아선수를 지켜본적은 정말 얼마 안되지만 새로운 모습을 볼때마다 훌쩍 훌쩍 커버리는 모습이 대단하고 놀라워요.. 가끔 이 선수를 보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이 부럽고 제자신이 자극받게 되더라구요 ㅎㅎ
beatlain 2007/07/31 15:41 # 답글
jadu13님// 진짜 발전 속도가 정말 빠르죠~~ 진짜 노력하는 천재의 무서움이 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로근 2007/08/01 15:54 # 삭제 답글
저터걸 킹왕짱 _+)/
beatlain 2007/08/02 21:13 # 답글
저터걸 킹왕짱 _+)/ !!!!!!
rockchalk 2007/12/17 22:23 # 삭제 답글
전 얼마전에 위 영상을 봤는데 님께서 쓰신 글이 너무 와닿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갈라쇼만큼이나 훌륭한 글인 것 같습니다.
beatlain 2007/12/22 13:14 # 답글
과찬이십니다.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