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oughta know

그 친구와의 만남은 음악감상에 급버닝하는 계기가 되었고, 과거의 명작부터 최신작까지 가리지 않고 두루 섭렵해 나아갔다. 잡지 GMV(맞나? 이름도 가물가물..)에서 뮤직비디오 부록을 같이 주길래 하나 사보았고 거기서 엄청나게 시원한 목소리를 가진 여성 롹커를 만날 수 있었다.

'앨라니스 모리셋'



파워풀한 목소리로 '넌 알아야 된다고 짜슥아'하고 외치는데 기냥 전율이 일었고 jagged little pill은 한 달 동안 내 귀에서 떠나질 않았다. 입이 크고 입술이 두꺼웠지만 어린 마음에 뭔가 얼굴이 섹슈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그 비디오에 포넌블런즈도 나왔는데, 그 여자 보컬도 입이 크고 두꺼워서 여자 목소리가 시원하려면 다 저래야 하냐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이후 그래미를 휩쓸면서 다시 한 번 각광받기 시작했고 판매량도 급증, 아마 현재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신인이자 여성락커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미의 바람을 타고 한국에서도 대히트를 쳤고 급기야 당시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힘든 현재 전성기를 맞는 락커의 내한공연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것도 장소는 무려 세종문화회관ㄷㄷㄷ

그녀에게 버닝하고 있던 나와 내 친구는 며칠을 굶으며 있는 돈 없는 돈 모아 가장 비싼 표를 예매하고 공연을 기다렸다. 공연장에서 자리를 확인해보니 앞에서 10번째줄 정도의 자리! 꽤나 좋은 자리였지만 며칠 동안 음식쑤레기조차 구경하지 못해 굶주릴대로 굶주린 하이에나같은 우리를 만족시킬 순 없었다. 앞에서 3번째 줄 정도에 나이 지긋해 보이는 중년 부부가 눈에 띄었다. 나는 과감하게 자리를 바꿔줄 수 없겠냐고 요청 어쩌면 협박하였고, 우리의 굶주림을 불쌍히 여겼는지 하이에나의 침흘림이 두려웠는지 하여간에 그 분들은 흔쾌히??? 자리를 바꾸어주었다.

사실 위대한 공연을 하기엔 내공도 부족하고 레파토리도 딸리는 그녀였지만, 꽤나 열정적으로 공연에 임하였고 그녀의 시원시원한 목소리 만으로도 절로 어깨가 들썩였다. 실제로 세종문화회관은 그간의 풍경과는 사뭇다르게 공연장 전체가 기립하여 춤을 추고 있었다. 나와 친구 역시 마찬가지! 감히 춤이라 부르기에 민망한 몸사위였지만 때묻지 안은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강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불쾌감과 방해감을 주기에 충분하였다ㅋㅋㅋ

내 생애 최초의 락콘서트 관람을 그렇게 마치고, 우리는 공연이 끝난 것이 아쉬워 공연장을 떠나지 못하고 하이에나 본성을 드러내며 내부를 얼쩡거렸다. 가끔씩 나타나는 세션맨들에게 소리도 질러보고 인사도 하고 X지롤을 떨면서 행여나 앨라니스 모리셋이 한 번 쯤 나와주지 않을까 기다렸다. 그녀를 기다림에 지쳐갈 때 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공연 관계자가 그 날 쓰였던 드럼스틱을 앞쪽으로 던져준 것이었다.

그 때 나는 한 달 동안 굶다가 고깃덩이를 발견한 하이에나의 몸놀림이 어떤 것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목도하였다. 당시의 내 친구는 살도 좀 찌고 운동신경도 좋지 못한, 둔한 쪽에 속하는 아이였으나 그 날 만큼은 달랐다. 물찬 제비가 따로 없이 드럼스틱을 향해 몸을 던진 친구는 치열한 몸싸움을 뚫고 드럼스틱 한쪽을 쟁취하였고, 그 날의 공연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지금도 배리 본즈가 날리는 홈런에 몸을 날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때의 그 친구를 저기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by beatlain | 2007/08/21 21:35 | 音樂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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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08/25 15: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eatlain at 2007/08/26 23:31
꺄아 잘 들어갔습지요
곧 가입하겠습니다?!??!?!?!?!?
Commented by ㅇㄹ at 2007/08/27 20:59
곧 가입한다고 말만 잘한다..ㅋㅋ
앨라니스 모리셋은 난 잘 모르지만.. 지금도 나의 음악의 근원은 Rock이라고 믿는 나에게 있어서
이 여성 락커에 대한 포스팅은 왠지 모르게 나의 제니스 조플린을 연상케해서 친근한듯.
비틀렌 언제 한번 음악 배틀 떠볼까?? 물론 나의 음악은 아주~아주~ 옛날 음악이겠지만..ㅋㅋㅋ
Commented by beatlain at 2007/08/28 21:36
글과 함께 찾아가려고 하는데 글이 잘 안써지네요 ㅋㅋㅋ
일단 떡밥이 부족해서 ㅋㅋㅋ -_-;;;
역시 수퍼매치가 되어야;;;;

오오 음악 배틀~~ 환영입니다.
아래 포스팅들 보면 알겠지만, 저의 음악의 근원은 비틀즈라서 크게 영향없을 겁니다 캬캬캬

Commented by beatlain at 2007/08/28 21:44
그러고 보니 거의 대부분의 음악 포스팅을 비공개로 해놨었군요 -_-;;
다시 공개로 돌렸습니다.
저 예전 음악들 무지 좋아했어요 캬캬
갑자기 제니스 조플린이 땡기는군요
Commented by totuta at 2007/08/29 21:46
나도 그 공연 봤었지 96년 12월 초였던가?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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