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한 성악가의 내한 공연 티켓이 들어오게 되었다. 굉장히 유명한 성악가라는 말을 들었다. 마침 성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무렵이어서 상당한 기대감을 안고 있었는데, 마침 그 무렵에 심각한 장염에 걸리고 말았다. 거의 일주일 가량을 앓아 누워 있었고, 결국 공연은 가지 못했다. 다녀온 동생의 무한 염장질 '판타스티코~~~~~~~'
몸을 추스린 후, 부모님이 진즉에 사다 놓으신 듯한 파바로티 베스트 앨범을 꺼내어 들었다.

아....
그 동안 내가 왜 이 음악을 방치해 놓고 있었을까? 사람의 목소리가 그렇게 압도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깨달은 것 같다.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두근거리는 아름답디 아름다운 목소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오르는 고음, 뭇여자의 마음을 녹여버릴 것만 같은 서정성, 맑고 싱싱한 음색, 풍부한 호흡과 성량
그 이후 파바로티의 오페라들은 내 애청목록이 되었고, 그의 전성기를 마구마구 접하였다. 1994년 월드컵을 축하하기 위해 쓰리테너가 모인 공연을 보고 웬지 서글펐다. 전성기의 파바로티 목소리는 저 정도가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그 이후 파바로티의 내한공연이 있더라고 가질 못했다. 그를 내 마음 속의 천상의 목소리로 남겨두기 위해서...
오페라를 알아 가면서, 파바로티의 평가가 그의 인기보다 박함을 알게 되었다. 그의 상업성에 대한 비판은 둘째치고, 그의 음악에 대한 비판도 상당했다. 발성에 문제가 있고, 연기력이 떨어지고, 드라마틱하지 못한 탓에 그의 평가에는 한계가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면이 있다. 선뜻 듣게 되는 파바로티의 노래는 굉장히 한정되어 있고, 더욱이 그것이 내가 아주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기에 그를 다른 명테너들보다 더 뛰어난 최고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배제하고 목소리, 단순하게 목소리만을 생각한다면 난 파바로티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듣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싶을 정도이다.
파바로티의 대표곡 2개가 되어버린 '공주는 잠못이루고'와 '그대의 찬 손'에서 알 수 있듯이, 푸치니의 '투란도트'와 '라보엠'이 그의 대표작으로 굳어 있지만, 파바로티가 진짜로 날라다니는 건 도니제티의 오페라에서인 것 같다. 화려한 고음으로 수놓아져 있고, 리리시즘이 차고 넘쳐나는 그의 오페라는 파바로티를 위해 작곡된 운명적 만남인 것만 같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르는 그의 High C가 드디어 높은 곳으로 승천하는 천상의 소리로써 고인을 어루어주길...







덧글
음원은 1973년 1월 6일 뉴욕 메트 실황, The Metropolitan Opera Orchestra & Chorus/Richard Bonynge 입니다~